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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다리 위에서
어느덧 시월도 하루만 남았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생각난다. 이맘때면 늘 그분의 노래가 생각난다. 이토록 계절과 함께 찾아오는 노래가 있다니, 참 대단하다. "언제나 찾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조락(凋落)의 계절을 맞은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의 다리"를 건넌다. 춥고, 바람 불고, 비 오고. 저절로 "왜"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철학자의 다리라 불릴만하다. 네카어강의 스산한 바람은 하이델베르크의 붉은 성벽을 지나쳐, 노란 낙엽 위에 회오리치더니 곧바로 내 자켓의 빈틈으로 날아든다. 뼈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느끼며 왜라는 물음이 또 든다. 그러다 보니 나는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국에선 비 맞은 중이 중얼거린다는데, 독일에선 비 맞은 수도승이 중얼거린다는 표현이 있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