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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에서
다카야마에서 이틀째를 맞이한다. 마을엔 오래된 가옥이 많다. 이곳에서 백년된 집은 젊다고나 할까. 여하튼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히다고쿠분지엔 1200살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에 잎이 다 떨어지면 눈이 내린다고 한다. 둘레가 10m 라고하니 도대체 몇 아름드리인가? 어른 팔로 안을 수 있는 길이를 한 아름드리라 하니, 이 나무는 최소 다섯 아름드리는 되리라. 다만 그런 표현은 어색하니 그저 아주 큰 나무라고 하자. 뮤어 우즈 Muir Woods 원시림에서 보았던 세쿼이아 나무보다 훨씬 둘레가 큰 나무였다.
여하튼 나무도 집도 오래된 마을이다. 거리엔 관광객이 가득하다. 주로 호주나 유럽에서 온 백인들. 간간이 중국인들도 들린다. 다만 어린아이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절이며 신사엔 동자승이나 어린아이 귀신상이 많다. 손이 귀한 동네인가 싶다.
마을 북쪽으로 20여분 걸어가면 히가시야마 사찰지구가 나온다. 수 많은 절과 신사가 늘어져 있고 사이사이로 돌계단이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이라 그런지 돌계단, 디딤돌은 한결같이 홈이 깊이 파여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이 사찰지구엔 무덤이 아주 많다. 그래서 또 절이며 신사가 많은지도. 절엔 부처를 모셨을것 같은데, 불상은 보지 못했다. 신사엔 귀신을 모셨을텐데, 워낙 무덤이 많은걸보니, 원혼이 상당히 남아 있는 듯 했다. 이곳엔 유달리 키가 큰 나무가 많았는데, 대낯에도 어두운 곳이 많았다. 아마 내가 여행한 모든 곳 중에서 가장 귀기스러운 곳인 듯. 여하튼, 이곳 사람들이 그들의 조상신을 숭배하는 정도는 타 지역 사람보다 훨씬 더 한 듯.
사찰지구 어귀엔 대웅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얼핏보면 한국에 있는 여느 절로 보일만큼 닮았다. 그래, 먼 옛날 한반도 사람들과 이곳 사람들은 상당히 관계가 깊었지 싶다. 한반도에서 온 사람들을 도래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말이지. 가만이 지켜보면 백제가 보인다라고나 할까? 닮은 모습에 한 번 더 둘러보게된다.
2023년11월1일
나그네 임종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