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ation Stories

Interpretation Stories

전문 통역 현장에서 쌓인 실제 사례와 인사이트

통역 이야기조회수 55934

마지막 인사

아버지 집엔 창이 무척 넓은 발코니가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 집을 떠나올 때면 아버진 늘 그 창으로 나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아버진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이미 거동이 상당히 불편하셨다. 생활은 대체로 침대에서 하셨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조차 힘들어하셨다. 걷는 일은 물론 더더욱 힘들어 하셨다. 허리에 어마어마한 통증이 오시는 듯.
아버진 펜타닐 패치를 사용하고 계셨다. 전엔 하이드로코돈과 옥시코돈을 번갈아 가며 복용하셨는데, 효능이 떨어지면서 펜타닐 패치로 바꾸셨다. 패치는 아버지에게 큰 도움이 됐다 패치를 사용하시고 처음 육 개월여 기간 동안 아버진 몸이 많이 편해지셨다. 기분도 좋아지셨고,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 한 달 정도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간병인이 바뀌면서 패치를 제때 갈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아버진 하이드로코돈과 옥시코돈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하셨다. 패치만으론 통증 억제가 안 되었던 것이다. 패치의 경우, 다른 알약도 그랬지만, 그 약효가 바로 나오진 않았다. 패치를 붙이고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지나야 통증 완화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진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사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약을 더 복용하시곤 하신 듯. 약물 과용하실까 봐 진통제를 숨겨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로부터 모든 진통제를 숨길 수는 없었다. 아버진 진통제 부작용으로 돌아가신 듯.
나는 사람의 죽음이 어떤 예고를 동반하는지 모른다. 다만 아버지의 죽음은 너무 황망히 온 듯하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말씀도 또렷이 하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어렵게나마 거동도 하셨는데 그렇게 돌아가실 줄이야.
여하튼 아버지 집엔 창이 큰 발코니가 있었다. 아버진 내가 돌아갈 때면 늘 그 창가로 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드셨을 텐데, 아버진 그 힘든 몸을 이끄시고 창가로 늘 오셨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러곤 아버진 이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계셨다. 워커에 몸을 기대고서.
아버지에게 있어 나는 언제나 어린아이였다. 그런 아들이 늘 걱정이 되셨으리라. 그래서 어린 아들 모습이 안보일 때까지 아버진 그 자리를 지키셨겠지. 아버지니까.
2018년11월5일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