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Columns

전문가 시각으로 정리한 칼럼 아카이브

컬럼조회수 47155

국제화는 한국의 새로운 인계철선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인계철선(引繼鐵線)이라는 말이 한동안 언론에서 자주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인계철선은 폭탄과 연결돼 있는 가느다란 철선을 뜻한다. 침투하는 적이 철선을 건드리면 자동적으로 폭탄이 폭발하도록 설계된 장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전방에 배치된 미군이 공격을 받게 되면서 미국이 자동적으로 한반도 전쟁에 개입한다는 맥락에서 사용된 용어이기도 하다.

이 용어가 한창 사용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미 2사단이 한강 이북의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돼 있었기 때문에 인계철선은 미 2사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 2사단이 2003년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면서 인계철선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인계철선을 미군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목도하면서, 새삼 10여년 전에 사용됐던 인계철선이라는 용어가 다시 떠오른다. 북한의 물리적인 공격에 의해 미군이 피를 흘리게 된다면, 미국은 한반도 무력분쟁에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한미 동맹을 떠나서, 자국민이 피를 흘리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케 한다는 미국의 원칙에 의한 자동 개입이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 미사일이나 곡사포를 쏘면서 주한 미군에 피해를 주지 않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전산망 해킹이나 해군 함정 공격, 섬마을에 대한 포격 등으로 북한은 그들의 도발 수위를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과의 전쟁이 북한 현 체재의 종말을 뜻한다는 것을 북한의 지도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피를 흘리는 경우, 상대방에게 이에 상응하는 또는 그 이상의 대가를 물린다는 것은 미국 뿐 아니라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치 원칙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 가운데 하나는 국민 보호다. 국민을 보호하지 않거나, 보호할 능력이 없는 국가는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국제화는 한국민 보호를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에는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게 됐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특히 명동이나 인사동, 압구정동 등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곳을 가보면 오히려 내국인 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국의 외국인은 그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인종도 다양하다. 피부 색깔도 여럿이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가지가지다. 실로 한국은, 최소한 서울은, 국제적인 공간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국제화된 한국에 거주하고 있거나 세계인들에게 친숙해진 서울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지금 이 순간 서울을 보호하고 한국을 북한의 도발로부터 지켜주는 중요한 방패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무분별한 공격에 의해 자국민이 한국에서 피를 흘릴 경우, 북한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지 않을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한국이 국제화를 지향하는 것이 외국인들을 인계철선으로 활용하기 위함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음으로써 한국이 북한의 도발로부터 그 만큼 더 안전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국제화는 경제·문화 발전은 물론 한국의 국방과 한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톤중앙일보 2013년4월15일
오피니언 특별 기고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