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a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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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통역 현장에서 쌓인 실제 사례와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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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합니다

엄마, 호흡을 잘 못하셔서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는 많이 놀랐습니다. 심장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해 산소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에 이어 연명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저는 이대로 끝인가 하며 눈물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역시 우리 엄마는 강하셨습니다. 다시 의식을 찾으셨고, 이젠 사람도 알아보신다고 하네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신 분이 오히려 자식들 걱정하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엄마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다음 주에 엄마 뵈러 한국에 나갑니다. 연말이라 비행기 표가 없어, 가장 일찍 떠날 수 있는 날이 24일입니다. 한국 도착은 25일 입니다. 21일 날은 대기를 걸어 놓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한국 나가서 할 수 있는게 없다며 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아들이 엄마 보고 싶어 한국 나가는데,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제대로 말씀드렸나요?


제가 이 싯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었일까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몸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큰 일은 못하겠지요. 기껏해야 베개를 움직여 드리거나, 이불을 몸에 제대로 덮어 드리는 정도겠지요.

반포라는 말이 있다고 하네요. 새끼 까마귀가 자라 그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짐승도 부모의 고마움을 아는데, 사람이 부모의 고마움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비록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해도, 엄마 배게를 편히 해드리고, 이불을 덮어 드릴 수라도 있다면 천리 길도 멀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 손을 꼭잡고 하고 싶은 말도 많고요. 그리고, 그런 제 이야기룰 들어줄 수 있는 엄마가 계시다는게 저는 무척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일은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이제 몇 밤만 자면 엄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행복합니다.

삶과 죽음은 따로따로가 아니라고 하네요. 왼손과 오른손이 한 몸이듯 죽음도 삶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하네요. 살아 있기에 죽음도 있다는 말 이젠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네요.


하늘엔 별이 팔백 사십 개가 있다고 하네요. 사방에 백백하게 있어서 팔백개, 또 아주 멀리 스물스물 있어서 사십 개. 모두 합쳐 팔백 사십 개라고 하네요. 언젠가 엄마랑 함께 별을 세는 밤이 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울에도 밤엔 별이 뜨겠지요? 마침 겨울이라 별 빛은 더 선명할 테지요.

하고 싶은 이야기,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버지니아에 단풍이 들었다는 이야기, 건희가 까만 띠를 딴 이야기, 탈북자 통역한 이야기, 엄마 운전 자격증 십 년 연장한 이야기, 아버지가 솥 태운 이야기, 손님이 감 사온 이야기, 강 건너 메릴렌드에 카지노가 들어선 이야기, 형태 아버지 장례식 이야기, 건희가 인터넷으로 물건 샀다가 저한테 혼난 이야기, 세희 키가 훌쩍 커버린 이야기, 새로 사주신 구두가 비에 젖은 이야기 등등. 정말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네요. 엄마도 듣고 싶으시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몇 밤만 지나면 엄마 곁에서 이야기 해 드릴게요. 사실 아버지는 샘내시는 거예요. 아버지도 아버지 색시 보러 가고픈데 허리가 아파 못 가시거든요. 아버지도 이렇게 엄마를 뵈러 가는 제가 부러우신가봐요.

사랑하는 엄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요. 크리스마스 날 제가 이야기보따리 한 보따리 가지고 갈게요. 기다려 주실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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