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a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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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통역 현장에서 쌓인 실제 사례와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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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별 세는 밤

엄마, 밤새 안녕하셨지요? 지내시기 많이 불편하시지요? 잠자리도 바뀌었고, 기계는 자꾸 삑삑 울고. 햇살은 충분히 들어오나요? 병원 스태프는 친절한가요? 주사 놓을 때 여전히 아프세요? 통증이 전혀 없으면 그것도 문제라 하던데. 우리가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아파도 아, 내가 살려고 아프구나 하심 될것 같아요. 통증이 없다면, 문제니까 의식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의사 선생님은 진통제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겠지요? 환자에겐 의사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육체의 병에 대해선 선생님이 가장 잘 아실테니까.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 엄니, 이 아들은 참 안타깝네요. 함께 갈 수 없는 길이기에. 한 번 가면 돌아 올 수 없는 그 길, 다만 조금만 더 늦게 떠나시길 바랄 뿐입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보내드려야겠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함께 할 수 있길 바라요.


단테의 "신곡"이라는 것 들어 보셨어요? 700여 년 전에 이탈리아 사람 단테가 지은 글이예요. 신곡에는 지옥이 나오는데, 그 지옥의 입구엔 그런 글이 있다고 하네요: "이 곳을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은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하네요. 엄마, 희망을 꼭 잡고 계셔야해요. 이 아들하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 희망을. 지옥엔 별이 없다고 하네요. 엄마랑 저랑 별을 세려면 꼭 천국에서 만나야해요.


사랑의 본질은 희생이라고 하네요. 말이 어렵죠? "본질"이라는 말.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면, 사랑은 얼마나 큰 희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된다는 뜻이지요. 자기 한 몸을 십자가 위에 희생양으로 바친 예수님의 사랑이 그래서 위대한 것이지요.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도 역시 자기 한 몸을 보시해 당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자 했으니 큰 사랑이라 하겠지요.


희생의 크기로 사랑을 따진다면, 우리 엄마의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겠지요. 그 만큼 엄마는 이 아들을 위해 또 누나와 훈이를 위해 희생 하셨으니까요. 물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는 이 곳 미국에 오셔서, 우리 교육을 위해, 우리 헐벗지 말라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우리 엄마. 그 희생의 크기를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인생은 여행이라고 하네요. 시작이 있었으면 그 끝도 있겠지요. 다만 이 아들이 바라옵기는 서둘지 마십사 하는 것입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세요. 여행의 묘미는 끝 부분인 것 같아요. 마무리가 중요하니까.


우선 내년 봄엔 한국의 정다운 산천을 둘러보시고, 다시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요. 하늘의 별도 미리 봐두고요. 나중에 천국에서 보는 별하고 어떤 차이가 나는지 함께 이야기해요. 엄니, 멋지게 하자고요. 희망을 잃지 마시고. 잘못 가시면 안돼요. 별이 없는 그 곳엔 우편 배달부도 없다고 하네요. 천국에 계심, 예수님하고 친한 누나를 통해 제가 편지 보낼께요. 천국엔 주소가 따로 없다네요. 이름만 분명히 적으면 제대로 전달된다고 하네요. 바쁘다고, 이 아들 보낸 편지 안 읽고 그러심 안돼요.


요즘 부쩍 눈물이 늘었네요. 나이 들며 오히려 울보가 돼가는것 같아요. 하도 많이 울어 눈물샘이 마른것 같아요. 혹시라도 장례식을 급하게 올려야 하면 큰 일이예요. 맞상주가 눈물도 안 흘린다고. 엄마가 아들을 잘 못 키웠다 할까봐. 눈물샘이 복구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엄마가 이번 한 번 제 사정을 봐주셔야 겠어요. 내년 봄에 여행 갔다 와서 엄마 장례에 대한 이야기 하자고요. 지금은 제가 장례식을 치루기엔 준비가 안됐네요. 한 번 더 봐주시는거지요? 히히.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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