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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아버지 집엔 창이 무척 넓은 발코니가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 집을 떠나올 때면 아버진 늘 그 창으로 나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아버진 펜타닐 패치를 사용하고 계셨다. 전엔 하이드로코돈과 옥시코돈을 번갈아 가며 복용하셨는데, 효능이 떨어지면서 펜타닐 패치로 바꾸셨다. 패치는 아버지에게 큰 도움이 됐다 패치를 사용하시고 처음 육 개월여 기간 동안 아버진 몸이 많이 편해지셨다. 기분도 좋아지셨고,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 한 달 정도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간병인이 바뀌면서 패치를 제때 갈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아버진 하이드로코돈과 옥시코돈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하셨다. 패치만으론 통증 억제가 안 되었던 것이다. 패치의 경우, 다른 알약도 그랬지만, 그 약효가 바로 나오진 않았다. 패치를 붙이고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지나야 통증 완화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진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사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약을 더 복용하시곤 하신 듯. 약물 과용하실까 봐 진통제를 숨겨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로부터 모든 진통제를 숨길 수는 없었다. 아버진 진통제 부작용으로 돌아가신 듯.
나는 사람의 죽음이 어떤 예고를 동반하는지 모른다. 다만 아버지의 죽음은 너무 황망히 온 듯하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말씀도 또렷이 하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어렵게나마 거동도 하셨는데 그렇게 돌아가실 줄이야.
여하튼 아버지 집엔 창이 큰 발코니가 있었다. 아버진 내가 돌아갈 때면 늘 그 창가로 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드셨을 텐데, 아버진 그 힘든 몸을 이끄시고 창가로 늘 오셨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러곤 아버진 이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계셨다. 워커에 몸을 기대고서.
아버지에게 있어 나는 언제나 어린아이였다. 그런 아들이 늘 걱정이 되셨으리라. 그래서 어린 아들 모습이 안보일 때까지 아버진 그 자리를 지키셨겠지. 아버지니까.
2018년11월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