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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아침 든든히 먹고, 교토역에서 JR 타고 출발해 Saga Arashiyama 에 도착. 플랫폼은 E 인데, A 부터 D 는 한쪽으로, E는 정 반대쪽에 뒀다. 여행객 중 아이큐가 달리는 사람은 교토역에 남아야 한다.
시작부터 우왕좌왕. 가까스로 올라탄 JR, 도착지에서 도롯코 열차를 탔다. 25분여 만에 도착한 그곳은 허허벌판. 허탈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JR 타고 Saga Arashiyama 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도보로 치쿠린에 도착, 장인 장모님은 인력거 태워드림.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에 뿌듯. 아, 점수 또 오르는구나. 비용은 30분에 만엔. 오늘 환률로 $66. 이렇게 싸도 되나 싶어 하며, 나의 탁월한 선택에 쾌재를 부른다.
점심으로 먹은 뎀뿌라 우동은 근자에 먹어본 우동 중 최고였다. 하도 맛있어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관광지에서 이렇게 맛 있어도 되는가싶다. 우돈 아라시야마 테이, 도케츠교 남쪽 끝에 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노은 형님과 나는 몽키공원을 갔다. 가파른 산기슭을 타고 20여분 오르니 교토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라야마 산 정상.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니 강렬한 햇살에도 나름 수려한 경관. 이런 좋은 자리에 몽키들이 사는 걸 보니, 역시 한 수 있군 생각이 든다. 재워줘 먹여줘 운동시켜 줘 또 좋은 풍광까지. 물론 무료 보험까지 포함되겠지. 세금도 안내고, 강제 노역도 없고, 몽키 팔자 나쁘지 않군. 어디 선선한 나무 그늘에서 몽키로 되돌아가는 방법이 있나 찾아봐야지. 신선은 되기 글렀고, 몽킨 어떠려나?
돌아오는 길은 란덴을 탔다. 치쿠린과 도케츠교가 만나는 지점에 란덴이 있었다. 비용은 250엔, Suica 결재 가능하다. 교토의 트램이라고 알려진 란덴. 샌프란시스코 트램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낭만은 없었지만 도심을 가로지르는 재미는 쏠쏠했다. 란덴에서 65세 이상 여행객은 모두 쓰러지심. 이미 이만보 넘는 강행군. 란덴 종착역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기온 거리의 야사카 신사로 이동. 이곳엔 금발 아가씨들이 기모노를 차려 입고 한 무리를 지어 우르르 지나감. 소원을 기리는 종 앞에 서서 우와하며 넋 놓고 그녀들을 바라보는 난 어느덧 꼰대. 안쓰럽다. 나도 한 땐 어렸는데, 홍안의 젊은 그 청년은 어딜 갔을꼬? 아가씨, 그댈 물끄러미 보았다고 수상하게 생각마시오. 난 다만 그대의 젊음이 부러웠을 뿐.
1200년 도읍지, 고도 교토에서...
2023년10월30일
나그네 임종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