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개를 좋아한다. 한국인도 개를 좋아한다. 하지만, 개를 좋아하는 이유가 다르다. 미국인들은 개를 친구로서 좋아한다. 어떤 이들은 개가 사람보다 좋다고 한다. 개는 충성스럽게 언제나 주인을 따르며, 반겨주기 때문에 개가 좋다고한다. 한국인에게 있어 개는 중요한 영양원이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던 우리 조상은 개고기를 통해서 필요한 영양을 공급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도 개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개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한 때는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국을 보이콧하자는 운동이 일었던 적도 있다. 개고기는 미국인에게 혐오 식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개는 미국인에게 있어 친구와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그렇게 좋아하는 개를 우리가 존중해 주지 않을 수 없게 된것 같다.
미국인들은 주말이면 개를 끌고 집밖으로 나온다. 주변에 있는 공원에 가거나, 아니면 동네길을 개와 함께 다닌다. 개는 종류가 다양하고 덩치도 다양하다. 손바닥만한 치와와가 있는가 하면 집채만한 세파트도 있다. 이런 개들을 끌고 다닐려면, 리쉬(leash)라고 불리는 개줄을 사용하게 되어있다. 개줄 없이 개를 끌고 다니면, 그것은 위법이다. 개가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커도, 개줄을 사용해야만 한다. 개줄은 개의 목에 걸어서 사용한다.
개가 덩치가 작은 경우 주인이 개를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주인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고, 끌려가는 개는 주인이 가자는 데로 간다. 간혹 개가 가고 싶은 방향이 주인하고 틀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방향에 이상형 개가 서 있다거나, 맛있는 냄새가 난다거나, 아니면 예전에 파묻어둔 뼈다귀가 있거나. 때때로 개도 자기 가고싶은 곳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개줄이다. 목에 건 이 개줄을 마음대로 어찌 처치할 수가 없는것이다. 개줄에 묵인 이상, 개는 어쩔수 없이 주인을 따라가게 된다. 가끔씩 개도 반항을 해본다. 주인이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보지만, 주인이 개줄을 당기면 꼼짝없이 주인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개줄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목을 죄어 주는 개줄 때문에 개는 주인을 따를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주인에게 충성하고 주인을 따르는 이유는 목에 걸린 개줄 때문에 그런건 아닌가 생각해 볼수 있겠다. 주인을 반기는 이유는 하루 종일 굶고 있다가, 주인이 오면 밥을 주니까 그러는것은 아닐까?
하지만, 개의 입장에서 주인을 한번 바라보자. 개는 자유롭고 싶다. 마음대로 동산을 뛰놀면 이상형을 좇아 다니기도 하고 꽃냄새도 맡아 보고 새로운 음식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하지만,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다. 주인이 자꾸 개줄을 당기기 때문이다. 개줄을 잡아 당기는 행위를 절크 어라운드 (jerk around)라고 한다. 당겨지는 모습을 절크드 어라운드(jerked around)라고 한다. 미국인은 자유를 사랑하고 인생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유를 속박하는 어떠한 행위도 미국인들은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 하는것 중에 하나가 절크드 어라운드이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 있다. 어제는 이렇게 얘기 해놓고, 오늘은 딴 소리하고. 그런 사람을 미국인들은 매우 싫어한다. 그런 경우 I don't like getting jerked around. Why don't you tell me the truth 하는 식으로 상대를 다그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절크드 어라운드 되어서도 안되고 절크 어라운드 하여서도 안된다.
(* 개가 덩치가 큰 경우에는 개가 주인을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간혹 개 중에는 자기가 앞서서 가는걸 좋아하는 개가 있다. 주인은 개가 가자는 길로 따라가곤 한다. 그리고 주인은 법에 의하여 개의 똥을 치우게 돼 있다. 개가 배설을 하면 주인은 가지고 간 도그 백(dog bag)에 그 배설물을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게 돼있다. 이쯤되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인지 모른다. 원시인이 와서 그 광경을 본다면, 분명히 개가 주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은 개줄에 끌려서 따라가고, 때때로 개똥을 치우곤 하니까.)
동시통역사/ 미국변호사 임종범 (James Yim Vi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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