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폐암 말기
어머니가 일 년째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올해 초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시고, 한국으로 나가셔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처음 여섯 번의 치료로 상당한 차도를 보았는데, 갑자기 새로운 암세포가 생기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셨습니다. 전이가 아닌 새로운 암세포가 역시 폐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 후로 두 가지의 다른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면역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며,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자고 하시는군요. 현재 건강 보험으로는 커버가 안된다고 하시며. 아마 신약을 임상시험도 할 겸, 새로운 치료도 할 겸 해서 시도하고자 하시는 듯.
세상 많은 일 중에 암 치료 만큼 결과가 불확실한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만큼 선택의 파장이 크기도 하고요. 어머니는 1944년 1월생입니다. 평생 큰 병을 한 번도 치르지 않으시고, 감기조차 잘 안 걸리실 정도로 건강한 분이었는데, 너무나도 갑자기... 자리에 눕게 되셨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저는 무척 많이 울었습니다. 그 분의 따님도 실명에 가까운 박명이라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한다면, 의사는 그의 대변인인 듯 느껴집니다. 의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존경심이 우러러 나오는 그런 의사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몸으로 실천하는 그런 분을 나는 뵌 적이 없습니다. 생명이 오갈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 하느님 대변인의 말이 귀에 안 들어 오는 이유는 무었일까요?
저희는 삼남매입니다. 제 위로 누나 은미, 아래로 남동생 종훈 그렇게 있습니다. 조만간에 가족회의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치료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료를 계속 할 것인지.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이 남았는지 등.
어차피 삶은 유한한 것. 회자정리라 했으니, 어머니와의 이별도 준비해야겠지요. 거자필반이라 했으니, 어떤 형태로든 다시 뵐 수 있다는 희망을 품습니다. 어머니가 어린 나이라면 꼭 병을 고쳐주시라고 하느님에게 떼를 써 볼 수도 있겠으나, 이제는 그저 하느님의 뜻대로 하시고, 어머니에겐 마음의 평화와 생의 남은 날들을 고통 없게 해주시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생노병사는 모든 사람이 걷게 되는 길. 누구와 함께 이 여행을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의 시국 뉴스를 보며 걱정이 앞섭니다. 어머니와 조국이 처한 상황을 보며 발을 동동 굴러 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걸 느낌니다.
한 바탕 천둥과 번개가 돌아치고, 폭우가 내린 뒤엔 늘 적막과 평안이 따르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러진 나뭇가지에도 새가 앉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겠지요. 다만, 요즘은 힘이 들어 조금 앉았다 가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밤새 안녕히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