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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야기
아버지 발톱을 자른다. 하얀 발가락에 난 발톱. 많이 자라진 않았지만, 살짝 발가락 마디를 벗어난 것들이 몇 있다. 아버지 발톱은 처음 자른다. 나흘 전엔 아버지 손톱을 잘라드렸다. 그때도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톱을 잘라드렸다.
아버진 언제나 손톱, 발톱을 단정하게 가꾸셨고, 코털이나 귀털이 빗겨나오는 경우가 없으셨다. 늘 매무세를 돌 보셨고, 청결을 유지하셨다.
그렇게, 아버진 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셨다. 내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아버진 당신의 자식들에게 지압을 시키거나 종아리를 주물러 달라고 주문하신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한 번도 손톱이나 발톱을 잘라 달라고 하신 적은 없으셨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하셨다.
그러던 아버지가 며칠 전엔 길게 자란 손톱을 하고 계셨다. 아들이 잘라드린다고 하니 손을 맡기시고 물끄러미 이 아들을 바라보셨다. 오늘은 아버지 발톱을 잘라드린다. 몇 시간 후면 장의사가 올 텐데, 운구하기 위해 올 텐데 아버지 발톱이 나와서야 안 되겠다. 왼발의 무명지, 중지, 엄지의 발톱을 자르고, 오른발도 같은 세 가락의 발톱을 자른다. 행여 살이 집힐까 조심스럽다. 아버지 발은 하얗고, 차갑다. 체온이 이리도 쉬 식는 것인가?
아버지 어때요? 이 아들 발톱 다듬는 솜씨가. 사랑하는 아버지, 아픔 없는 편안한 얼굴을 뵈니 이 아들 조금은 위로가 되네요. 지난 몇 년 많이 아프셨지요? 늘 진통제를 맞으며 살아온 나날들. 치매로 혼미스러운 와중에 제 정신이 들 때면 무척 곤혹스러우셨지요? 이젠 통증 없는 나라에서, 엄마 만나고 계시겠지요. 그래요, 우리 잠시 떨어져 있어요. 곧 다시 만날 테지만요.
* 아버지께선 2018년6월16일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