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늦은 시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 아버지는 35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여섯이 되신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건강은 어떠하신지 여쭙는다. 늘 더욱 자주 전화를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나이가 드시면서 점점 키가 줄어 드시는 것같다. 귀도 예전만큼 그리 밝지는 못하시다. 아들은 나이 든 아버지가 걱정되어서 전화를 하지만, 아버지는 도리어 늦은 밤까지 귀가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아들을 걱정한다.
"걱정한다"라는 표현은 영어로 worry다. 우리말로 소리 나는 데로 적으면 워리. 제법 원음하고 소리가 맞아떨어진다. 어떤 일에 대하여 걱정을 한다고 표현할 때 worry about 이라는 말을 한다. Worry about job, worry about the child, worry about tomorrow 등등. 사고를 한다고 하는것은 worry를 한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가 있는것 같다.
생각을 하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워리를 하는것 같다. 단순한 사람은 걱정이 없다고 한다. 눈앞에 보이는 일만 생각하고 내일에 대한 걱정도 타인에 대한 배려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한다고 하는 것, 그 것은 워리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I think about my Dad. 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한다: I worry about my Dad.
미국인들은 전화를 끊을 때 잘 있으라는 말로 take care라는 표현을 쓴다. Care (케어)라는 표현은 "돌보다"의 의미다. 그래서 take care라고 말을 하면 "잘 돌보세요"의 의미가 된다. 테이크 케어는 몸이 불편한 사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 등에게 용기를 복돋기 위하여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어에는 빠오종保重 (bao zho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역시 헤어질 때 쓰는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몸을 잘 돌보라는 그러니까 잘 있으라는 말이다. 우리말 표현 중 "안녕히 계세요"와 일맥 상통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말 "안녕히 계세요"는 전화를 끊을 때 사용하기에는 너무 정중한 (formal) 느낌이 든다. 뭔가 상대방과 거리가 있는 그런 표현이다. 영어의 take care, 중국어의 빠오종은 애정이 깃든 그런 표현인데, 우리말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무었인가 미진함이 남는다. 우리말 중에 부모에게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말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간접적으로 나마 건강을 여쭙고, 식사는 하셨는지 등에 대한 말은 할 수 있으나, 영어처럼 통화의 막바지에 애정이 실린 그런 멋진 표현은 없는 것 같다.
Bobby McFerrin의 Don't Worry Be Happy를 이 밤 다시 들어 본다:
http://www.youtube.com/watch?v=d-diB65scQU
악기 소리가 전혀 없는 아카펠라가 인상적이다. 나는 내일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돌아올 때는 안녕히 계세요 라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것이다.
동시통역사/ 미국변호사 임종범 (James Yim Vi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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