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포지션을 통해 공격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증인의 입을 통해 공격의 단서를 찿고 상대를 무너 뜨릴수 있는 틈을 찿아 내는 것이다. 

데포지션에 임하는 증인은 철저히 방어를 위해 자신이 데포지션에 임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증인의 증언 내용은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공격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증인이 아무리 증언을 조리있게 잘하고, 우리편에 유리한 증언을 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아전인수격인 증언일 뿐이다.  그러한 증인의 증언 내용이 법정에서 사용되기는 힘든 것이다.  나중에 혹시 증인이 법정에 설 일이 있다면, 그 때 가서 정리된 우리의 입장을 증언하면 되는 것이다.  디스커버리가 진행중인 시점에서 우리의 정리된 입장을 상대방에게 미리 전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입장,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하면서 상대방을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데포지션을 해보면, 증인으로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엔지니어다.  엔지니어 (또는 연구원)는 직업상 남에게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하 직원을 지도 할 때도, 외부인을 만나도, 상사에게 보고 할 때도, 엔지니어는 부단히 설명을 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처럼 첨단 분야에서 신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는 그 기술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일일이 기술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공계 출신은 체계적인 사고를 즐겨한다.  모든 것을 공식 안에 집어넣고, 가능하면 모든 경우의 수를 다루는 습관이 있다.   모호한 이야기, 추상적인 말 보다는 명확한 답변, 구체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위험한 증인이다.  모호한 이야기, 추상적인 말이 데포지션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논리가 모자라도 좋다, 상대방에게 총알을 제공하지 않고 트집의 빌미를 제공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하다. 

데포지션을 잘해서 소송을 이겼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데포지션을 잘 못해서 소송에서 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데포지션에서 증인의 목표는 오로지 방어다.  대단한 증거, 훌륭한 논리 이러한 모든 것은 필요가 없다.  상대방이 공격의 단서를 찿을 수 없도록, 틈을 찿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데포지션의 목표다.  축구를 보자.  축구라 하면 우선 전방에서 현란하게 상대방 진영을 휘저으면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가 있고, 중원을 지키는 미드필더와 후방을 지키는 수비수등이 있다.  또한,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가 있다. 

데포지션에서 증인의 역할은 골키퍼의 역할이다.  날라오는 공을 펀칭하거나, 잡아내는게 골키퍼의 역할이다.  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으나, 훌륭한 골키퍼는 좋은 방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골키퍼가 스트라이커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발이 빠르다고, 기술이 좋다고, 상대방 문 전까지 뛰어 가면 곤란하다.  골문을 잘 지키는게 골키퍼의 할 일이다.   

예:

 질문:  박사님, 여기 회로도에 나와 있는 이 네모는 무슨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

 방어: 오브젝션. 애매 모호.

 답변: 스위치 박스 입니다.

 질문: 스위치 박스는 무슨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 

 답변: 스위치를 커버합니다.

 질문: 스위치를 왜 커버 하는 것이지요?

 답변: 보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질문: 그러면 스위치 박스 안에는 스위치가 들어 있는 것입니까?

 답변: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요.

 질문: 여기 회로도에 나와 있는 스위치 박스 안에는 스위치가 들어 있는가요?

 답변: 회로도에 표시된 그대로입니다.

 질문: 회로도에는 어떡해 표시되어 있는가요?

 답변: 여기에 스위치 박스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질문: 박사님, 여기에 표시된 스위치 박스에는 스위치가 들어 있는가요?

 방어: 오브젝션.  반복되는 질답.

 답변: 회로도에 표시된 그대로입니다.

 질문: 여기 회로도에 표시된 스위치 박스 안에는 스위치로 보이는 그림이 있는데, 보이십니까?

 답변: 여기 회로도에는 스위치 박스가 표시되어 있군요.

 질문: 스위치 박스 안에 제가 노란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겠습니다.   동그라미 친 부분이 보이십니까?

 답변: 네.

 질문: 동그라미 부분이 무엇입니까?

 답변: 네모 도형이 있네요.

 질문: 여기 회로도에 표시된 스위치 박스 안의 네모 도형은 무엇입니까?

 답변: 좀 더 자세히 봐야 하겠습니다.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질문: 네.

 답변: 여기 sw1 이라고 쓰여져 있네요.

 질문: sw1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제가 작성한 회로도가 아닙니다.

 질문: 박사님은 업무를 하시면서 sw1이라는 용어를 한번도 보았던 적이 없으십니까?

 답변: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질문: 언제 보셨습니까?

 답변: 기억 안 납니다.

 질문: sw1 은 switch1 의 약자 아닙니까?

 답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여기 회로도에 나와있는 스위치 박스 안에는 switch1이 들어 있군요, 맞습니까?

 방어: 오브젝션.  미입증 사실 가정.  유도 질문.  증언 왜곡.

 답변: 여기 회로도에 나와있는 스위치 박스 안에는 sw1이 들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분석:

여기의 엔지니어는 물론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네모의 역할이 무었이냐고 물었을 땐, 그 박스 안의 스위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하지만, 질문은 부정확  하였고, 답변은 박스 자체에 대한 답변이 되었다.  질문의 포커스가 흐려지는 대목이다.  보통의 엔지니어는 어떤 장치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그 장치에 대한 모든 내용을 줄줄이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  길게, 자발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필요하면 송곳을 가지고 가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면서라도 그 유혹을 이겨내자.  또한, 무었인가 설명을 빠뜨렸기 때문에 회사가 불이익을 당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선서진술서(affidavit) 또는 법정증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특허분쟁 전문통역사/ 미국변호사 임종범 (James Yim Vi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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