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포지션을 해 보면 여러 형태의 증인을 만나게 된다. 필자가 16년간 통역으로서, 또 8년간 변호사로서, 데포지션을 진행하면서 만나 본 증인을 유형별로 정리한다.
[작업중]
유형 목록:
1. 척척 박사
2. 모르쇠
3. 수돗물
4. 기억 상실자
5. 모두 내 탓이오
6. 파라독스
7. 용두사미
8. 테플론
9. 종이 호랑이
10. 아침형 인간
11. GIGO (지고)
본문:
1. 척척 박사
묻는 말 그 무엇에 대해서도 막힘이 없이 답을 잘 한다. 심지어는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지레 답변을 한다. 무불통지, 박학다식이다. 가장 위험한 증인이다.
2. 모르쇠
묻는 말 그 무엇에 대해서도 아는것이 없다. 바보를 데려다 놓아도 이 증인 보다는 많이 알 것이다. 회사대표로서는 결격 사유가 되는 증인이다. 하지만, 개인자격 증인이라면 무난하다.
3. 수돗물
한번 말문을 열면 수돗물을 틀어 놓은듯 콸콸콸 말씀이 흘러 나온다. 답변 중에는 말씀이 되는것도 있고, 전혀 엉뚱한 내용도 있다. 말하기 좋아한다. 통역 킬러다.
4. 기억 상실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어떻게 데포지션 장소에 왔는지 조차 기억을 못한다. 자기 이름과 회사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것이 신기하다. "모르쇠"처럼 회사대표로서는 결격 사유가 되는 증인이다. 하지만, 개인자격 증인이라면 무난하다.
5. 모두 내 탓이오
자기의 상사가 한 것도 아니요, 자기의 부하가 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가 모든 결정을 내렸으며, 자기가 모든일을 주도 하였다. 그 충심은 가상하나, 현실적이지 않은 증인이다. 형사 사건 심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증인이지만, 민사 데포지션에서는 흔치 않은 증인이다.
6. 파라독스
증언의 앞뒤가 안맞는 증인이다. 아침과 오후의 증언 내용이 다르고, 어제한 증언과 오늘의 증언이 다르다. 심한 경우에는 하나의 답변 중에서 조차 앞뒤가 안 맞는다. 통역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증인이며, 회사 대표인 경우 회사에 상당히 불리한 증인이 될 수 있다. (파라독스의 제대로 된 원음은 패러닥스 paradox다.)
7. 용두사미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은 상당히 어설프다. 상당히 논리적인 증인인듯, 답변을 할 때 논리적으로, 구체적으로 답변을 시작한다. 하지만, 답변이 길어지면서 처음에 한 말은 지켜지지 않는다. 가령 "그것에 대한 이유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라고 답변을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한가지 또는 두가지 만 이야기를 할 뿐이다.
8. 테플론
아무것도 붙지 않는다. 변호사는 증인의 말꼬리를 잡고 논쟁을 유도하지만, 증인은 유유히 빠져 나간다. (류인스키 사건 당시 클린턴 미대통령의 별명이 테플론이었다.)
9. 종이 호랑이
처음에는 기세등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세에 몰리는 증인.
10. 아침형 인간
오전에는 선방을 하는데, 오후가 되면서 점점 실수가 잦은 증인.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집중을 못하고, 말이 길어지면서, 묻지도 않는 말에 대답하는 증인.
11. GIGO (지고)
묻는 말에 대해서만, 답변을 하는 가장 이상적인 증인. GIGO는 garbage in garbage out을 뜻하는 컴퓨터 용어다. 컴퓨터는 명령어에 따라서, 그 명령에 한하여서 만 반응한다. 명령어의 내용이 garbage (갈베지: 쓰레기) 처럼 쓸모 없는 경우, 반응도 쓸모 없는 반응을 한다. 좋은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만, 질문에 한정된 절제된 답변을 한다.
특허분쟁 전문통역사/ 미국변호사 임종범 (James Yim Victory)
© Copyright 2011 James Yim Vi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