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포지션에서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개념은 바로 "데포지션은 대화가 아니다. 데포지션은 심문이다"라는 점이다. 형사에서 피의자를 심문 하듯이 그렇게 몰아 부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법의 작용하에서, 공격은 질문을 하고 증인은 답변을 하는 것이다. 답변하는 증인은 진실만을 말하겠노라고 선서를 하였고, 진실되지 못한 답변을 하는 경우에는 위증죄가 적용 가능한 것이다.
사실 증인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 대표, 개인 자격. [여기서 전문가 증인은 논하지 않는다.]
개인 자격 증인의 경우, 주관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개인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심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대표의 경우 객관성이 필요하다. 답변할 때 자신의 주관보다는 회사의 객관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하며, 업계에서 통용되는 개념을 적용 할 필요가 있다.
예 1 (개인 증인):
질문: 커피가 어떻습니까?
답변: 뜨겁군요.
질문: 맛은 어떤가요?
답변: 달아요.
질문: 커피를 자주 드시는 편입니까?
답변: 자주 마십니다.
질문: 커피를 좋아 하시는 군요?
답변: 네, 좋아 합니다.
예 2 (회사 대표) [이의 생략]:
질문: 커피가 어떻습니까?
답변: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커피가 뜨거운가요?
답변: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제 질문중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십니까?
답변: 뜨겁다는 말입니다.
질문: 여기서 "뜨겁다"는 말은 "끓는다"라는 말입니다.
답변: 아직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온도가 섭씨 100도 이상이라는 말입니다.
답변: 알겠습니다.
질문: 커피가 어떻습니까?
답변: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무엇이 이해가 안됩니까?
답변: 질문이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십니까?
답변: "어떻냐고" 물을 때는 무엇을 묻는것입니까?
질문: 커피가 뜨거운가요?
답변: 제가 들고 있는 이 커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질문: 네.
답변: 알 수 없습니다.
질문: 왜 알 수 없지요?
답변: 측정해 보지 않아서 알 수 없습니다.
질문: 측정해 보면 알 수 있겠습니까?
답변: 물의 성분과 이곳의 기압을 알려 주신다면 더욱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
질문: 맛은 어떤가요?
답변: 질문이 이해가 안됩니다 ["맛"에 대한 객관적 잣대 요구]
...
질문: 커피를 자주 드시는 편입니까?
답변: 질문이 이해가 안됩니다 ["자주"에 대한 정의 요구]
...
질문: 커피를 좋아 하시는 군요?
답변: 질문이 이해가 안됩니다 ["좋아 하다"에 대한 정의 요구]
설명:
개인 자격으로 주관적인 증언을 한다고 하여도 회사 입장에서는 크게 어려울 일이 없다. 한 개인의 사적인 견해를 밝히는 증언이기에. 하지만, 회사 대표로서 주관적인 답변을 하면 곤란하다. 한 개인의 주관적인 답변으로 인하여 회사의 객관적인 입장 (포지션)이 제약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잣대가 적용 가능하다면 그 잣대를 적용해서 답변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겪어 본 실예를 몇가지 들어 본다. 다음에 나오는 용어는 객관성이 요구 되었던 용어다:
경사진 sloped : 경사가 졌다고 하는것은 과연 몇도를 뜻하는가?
수직 vertical : 90도의 경우에만 수직인가; 오차의 범위는 몇도인가?
완만한 gentle : 어떤 경우에 완만하다고 할 수 있는가? 급격한의 반대말인가?
불투명한 opaque : 빛의 투과율이 어떠한 경우에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는가? 투명과 불투명의 경계는 어디인가?
주변 around : 바로 옆에 있는 경우만 주변인가? 상하좌우의 입체적 개념인가, 아니면, 도면상의 2차원의 개념인가?
대략 about : 몇 퍼센트까지 인가? 수치상으로 표현이 가능한가?
대략 approximate : 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
옆의 adjacent to : 위아래도 포함하는 개념인가? 레이어가 여러개인 경우, 위에서 보면 겹쳐서 나타나는 선이 있는데, 그것도 옆이라고 정의하는가?
옆의 next to : 바로 옆에 있는 경우만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옆의 옆에 있어도 옆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근처의 proximate to :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하는지?
경계 boundary : 선으로 표현 되는 것인지, 영역으로 표현 되는 것인지? 겹치는 부분은 경계에 속하는지?
영역 region :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 것인지? 각 테크놀로지 노드마다 동일하게 정의하는지?
위에 above : 어디서 볼 때 위에인지, 살짝 상단에 걸쳐져 있는 경우도 위에라고 부르는지, 바로 위에 있는 경우만 지칭하는지?
아래 below : 어디서 보는지, 노출 범위가 어디인지, 상대적인지, 절대적인지?
막 layer: 하나의 막과 또 다른 막 사이에 겹쳐지는 부분은 무었이라 정의하는가? 막과 막 사이에 겹쳐지는 부분이 많은 경우 그 두개의 막을 하나의 막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물질이 여러 종류가 섞여 있다면, 각각의 물질은 막을 형성하고 있는가, 아니면 합쳐서 하나의 막이라고 할 수 있는가?
덮고 있는 covering: "위에"라는 개념과 동일한지? 겹쳐지는 부분이 얼마나 있어야지만 덮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막의 아래에 또 다른 막이 있다면, 그 아래에 있는 막은 그 위에 있는 막을 덮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상기 여러 용어는 실제 특허에서 사용된 용어다. 각 용어에 대한 객관적인 정의가 없다면, 증인은 증언할 수 없다. 주관적으로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다. 객관적인 정의가 내려 진다고 하여도, 특허에 대한 설명을 요구 받는 경우 "법적 결론을 요구하는 부분"이라고 단서 (또는 이의제기)를 달 수 있다.
예 3:
질문: 증거물 2번의 쎔 사진을 보시면 STI위에 게이트 구조가 보이지요?
방어: 이의. 애매 모호.
답변: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무엇이 이해가 안되지요?
답변: 질문이 이해가 안됩니다.
질문: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되십니까?
답변: "위에"라는 표현입니다.
설명:
단순한 대화라면 "위에"라는 표현이 어떤 뜻인지 일단의 가정을 하고 답변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회사 대표로서 답변을 하는 경우라면 "위에"라는 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허분쟁 전문통역사/ 미국변호사 임종범 (James Yim Vi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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